아침에 오빠 전화에 일어났다. 오랜만에 오빠 전화에 일어났다. 좋은데 페이스 타임이어서 조금 짜증났다. 그게 나 혼자 있는거면 괜찮은데 다른 사람이랑 방을 같이 쓰다보니 피해가 갈까봐 그랬다. 전화를 끝내고 생각해봤다. 나는 나의 기분보다 남의 기분을 더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같은 방 지내면서 불편한 상황은 생길 수도 있는거고, 내가 내내 방에서 전화했던 것도 아니고, 나로서는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전화벨 조금 울렸다고 이렇게 기분이 상하다니. 반대의 상황이었으면 ‘그럴 수 있지~ 괜찮아~’했을 거면서. 나는 나를 불편하게 하는게 분명한 것 같다. 그런 나 때문에 오빠도 섭섭했을거다. 

아침을 부지런히 먹고 일했다. 잔디정리는 진짜 거의 다 한거 같다. 그리고 텃밭 좀 정리했는데, 내일은 텃밭에 모종 옮겨 심기를 하려나. 그리고 허리가 아파서 걱정이다. 텃밭의 잡초를 뽑는데 한 줄 하고 아파서 무릎보호대 빌려다가 무릎서기해서 작업했다. 아픈게 점점 내려가는 느낌이 들어서 이러다 없어지겠구나 싶지만 일단은 아프다. 또 아프니까 코어운동에 대한 후회가 몰려온다. 그때 구세주처럼 호스트가 사진찍어주기를 바랬다. 냉큼 가서 카메라를 가져왔다. 그렇게 오늘의 일은 끝났고,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사진도 좀 찍고 영상도 찍다가 들어오니, 호스트가 오래된 영상을 가져와서 편집해달라고 했다. 거의 1세대 컬러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거라고 한다. 와, 진짜 화질 구린데 지금은 따라 할 수 없는 그 감성이 있다. 아니 감성이라기보다는, 좋은 단어가 뭐가 있을까. 그때의 무드? 으 어렵다. 물론 훨씬 발전한 지금의 기술로 적당히 따라 할 수 있겠지만, 부족한 그때의 기술이 자연스럽게 담아낸 그 톤이 있다. 여튼 오랜만에 프로그램켰는데, 이 짧은 몇초짜리 만드는데도 왜 이렇게 버벅대는지 안타깝다. 

한참 편집하고 있는데 호스트가 프로그램 산거냐고 물어본다. 뜨끔했다. 아니라고 하니까 한국인들은 다 안사냐고 물어본다. 갑자기 한국인은 왜 나오지? 싶었지만, 일단 시작은 내 잘못이지 뭐. 영화는 그들의 노력 어쩌구하면서 돈주고 보면서 왜 개발자의 노력은 모른척하는거니. 

그리고는 밥했다. 오늘 밥까지 했네, 뭐 많이 했구나. 비빔밥을 했는데 비빔밥한다고 하니까 왜 그 귀찮은걸 하냐는 엄마의 말씀이 떠오른다. 하.. 재료손질 너무나 귀찮다. 밥하면서 호스트랑 동네친구랑 얘기했는데 호스트가 동네친구에게 나를 아주 괜찮은 ‘photographer’ 사진작가라고 소개했다. 또 소름이다. 헿헤 칭찬만 들으니까 사진찍는 맛이 난다. 나는 이렇게도 칭찬에 고픈 사람이었나. 다들 밥도 잘 먹어줘서 뿌듯했다. 그리고 김치전이 인기가 좋았다! 팬케익같아서 그런가 진입장벽이 낮은 느낌이다. 윤식당2를 안봐서 뭘 팔았는지 잘 기억못하고 있었는데 찾아보니까 비빔밥이랑 김치전을 팔았더라. 미리 레시피를 알았다면 고추장 말고 다른 소스도 만들었을텐데 그게 좀 아쉽다.  

저녁에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스모어를 먹기로 했는데, 앗 그 많던 마시멜로우는 어디로 갔을까. 설상가상 쿠키도 없어 오늘은 그냥 캠프파이어만 하기로 했고, 나는 또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별과 달 사진 찍기에 도전했는데 천체사진 찍는게 이렇게 매력적인건지 몰랐다. 오늘 하늘이 너무 예쁘다. 감사하다. 

Posted by ㅇㅈ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