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노동은 마저 잔디정리를 하는 것과 화단정리 즉, 조경이었다. 잔디 정리하는 건 이제 좀 요령이 생긴 것 같다. 그렇다고 이게 쉬운건 아니다.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사이에 물집이 잡혀서 아프고 불편하다. 아, 고새 얼굴도 많이 탔다. 화단정리를 하다가 내가 인생에 조경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단 생각이 드니까 나의 이 첫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곳에서의 하루하루는 처음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데 맨날 느낌있는 사진만 특별하게 편집해서 올리려고 하는 것 같고, 사실 그러고 있다. 그리고 그 느낌이라는건 나만 안다. 나의 타임라인을 멋드러지게 채우고 싶었다. 감탄이 나오는 사진, 좋아요를 부르는 문장, 분위기 있는 척 하는 나. 평범하고 소소한 나의 일상에는 멋대가리 없는게 가득이고 그 속의 자연스러운 나는 예쁘기보다는 우스꽝스러울 때가 많은데 그런건 보여주기 싫었다. 근데 그렇게 피하고 보니까 남들은 사실적인 나를 계속 보고 있는데, 나만 나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내 머릿 속의 내가 가면을 쓰고 있어서 나는 내가 자꾸만 낯설다. 이건 아마 ego라고 했던 것 같다. [에고라는 적]을 보며 한창 반성했었는데, 다 읽지 못했고 그래서 그런가 나의 ego도 깨부수지 못했다. 이렇게 또 핑계를 대본다.

나는 그래서 피아랑 자꾸 부딪히는 것 같다. 이것도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내 마음속에서만 큰 문제다. 8살이나 어린 친구한테 자꾸 못되게 군다. 내가 아직도 한참 어리다고 적으면서 속으로는 걔가 참 얄미운 짓만 골라 한다고 생각한다. 예뻐할래야 예뻐할 수가 없다고. 그 나이때 나는 더 얄밉고 못됐었던 것 같은데.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게 분명하다. 

마음이 비워지지 않는다. 나의 ego가 깨어지지 않는다. 나는 무엇이 두려운걸까. 




2.
요가를 한다며 물구나무서기 연습을 하다가 등 근육을 삐끗했다. 세상 살면서 여기가 아플줄은 몰랐다. 여튼 샤워하고 마스크팩하고 '오늘은 티켓예매 해야지’ 하는데, 오리배를 타러 갈건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어본다. 물론, 안간다고했다. 이미 씻었다고. 내려와서 집안에서 이 친구들 사진 두어장 찍고 노트북 앞에 앉았는데 호스트가 나가서 사진을 찍어줄 수 있겠댜고 하는거다. 여기도 찍고, 저거도 찍고. 엊그제 사진촬영이 노동 같지 않았다는거 취소 퉤퉤퉤다. 엄청 일하는거 같았다. 안에서 쉬고 싶은데, 저 멀리까지 간 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고, 눈이 너무 부시고. 추가근무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초보니까 한장에 마스터샷을 뽑아낼 수 가 없으니 또 한 백장 찍었나보다. 또 모두에게 보내줘야하지, 누구는 아이폰이 아니라서 마이크로SD에 옮겨서 줘야하지(그나마 마이크로SD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안그랬으면 이메일로 보내달라, 블루투스로 보내달라 너무 귀찮았다) 호스트 업로드용 사진은 편집까지. 


내가 가진 것들으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고 생각했고 생각했는데, 벌써 귀찮아서 꼬라지를 낸다. 다시 생각해도 감사한 일인데, 그땐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성질이 났던걸까. 


3.

토론토에 차량테러가 있었다. 걸어가는 행인을 타겟으로 했으니 당국에선 테러로 간주하고 있다. 이곳으로 넘어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역시 난 이기적인가보다. 왠지 내 친구들은 괜찮을것 같았고, 기사를 다시 읽어보니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핀치 근처에서 발생했더라. 나도 거기 여러번 갔었는데. 그러나 이내 곧 나와는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 이곳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테러 청정국이었던 캐나다도 이제 썩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가 안전한걸까. 어리석은 인간들은 왜 서로를 불안하게 만드는가,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고 있는걸까. 


Posted by ㅇㅈ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