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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6.07 2018년 6월 6일 의식의흐름
일기 안 쓴지 -블로그에 안 올린지- 한참이다. 꼭 그날의 일정만이 일기가 아닌데, 한 편의 짧은 에세이를 쓰려고 하면 시간이 더 오래걸리고. 조금 더 가볍게 그러나 촘촘하게 쓰자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잘 안되는 이유는 한 편을 끝까지 마무리 짓는 힘이 부족해서 그런것 같다. 그게 집중력일 수도 있고 끈기 일수도 있고 체력일 수도 있다.

아침에 잠깐 세계여행하는 부부를 보면서 또 잠깐 세계여행에 대한 로망이 불타올랐었다. '지금처럼 가방 두개 아니고 운전하는 여행이라면 좀 더 낫지않을까?’ 했지만, 금방 마음접었다. 지금 이 순간 여행 중이면서도 ‘와 좋다’ 하지 않으면서 무슨. 그리곤 마트에 들어갔다. 지난 9개월동안 마트에가도 맨날 대충 봤는데, 딱히 할 게 없단 생각과 꽤 많이 익숙해진 영어와 잘 정돈된 테이블 때문이었는지, 식재료들도 꼼꼼하게 보면서 '여기는 이걸 이렇게 부르는구나, 이렇게 파는구나, 이런걸 먹는구나. 재밌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민자의 나라라고 불리는 북미-미국, 캐나다-는 본래의 전통음식이랄게 딱히 없지만 전세계 음식을 쉽게 맛 볼 수 있다. 그렇게 치면 우리나라는? 싶지만, 어떤 느낌이냐면 중소도시의 조그만 지역가게에 가도 외국소스와 재료들을 구할 수 있고 대표적 외국 식당이 마을마다 꼭 있다는 것? 이 작은 동네에서 벌써 일본(너무나 대중적), 멕시코(역시 대중적), 베트남, 태국(이 동네에선 특히 태국이 많다고 한다), 인도, 프랑스(카페&디저트였던 것 같다) 그리고 한국! 음식점을 보았다. 중국 음식점이 없는게 놀랍네. 음. 그리고 현재에 와서 여러 식재료를 조합한 건강음식? 혹은 채식음식이 이들의 문화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여행을 하면서, 특히나, 시간에 대한 잡생각이 많아진다. 여행이라는게 무슨 의미를 갖는걸까?싶은. 아마 아직 나 개인의 욕망과 사회적 욕망이 구별되지 않아서 오는 혼란인 것 같다. 나의 여행은 오랜시간을 필요로 한다. 인상깊었던 여행의 시작점으로부터 받은 영향때문인 것 같다. 최소 한 지역에서 일주일정도 머무르면서, 숙박을 저렴하게 하고 식사도 보통 요리해 먹으면서 식비를 아끼다가, 하루쯤 근사한데서 먹고 현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얘기하기, 천천히 걸어다니고 뭐.. 그러는거? 근데 요즘 뭐가 문제냐면 체력이 달린다. 천천히 걸어다니면 정말 좁은 지역만 보게된다. 그리고 금방 지쳐서 늦게까지 못놀고 숙소에 들어가게 된다는거. 현지의 식재료로 현지 식사를 만들어먹고 싶은데, 사실 그게 쉽지가 않다. 요리가 안되는 숙소도 마-안-코 식재료를 그렇게 사면 아마 일주일 내내 그거만 먹어야 할 수도 있고 조리법도 사실 잘 모르고. 

여행으로부터 얻게되는 아이디어나 영감이 많은데, 그걸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바로바로 정리 하다 보면 느린 나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그러면 또 여행지를 넉넉하게 둘러보지 못한다. 그래서 살아보고 싶어서 워홀이라는 선택을 했던건데, 사실 이번 워홀은 욕심 때문에 망한게 아닐까 싶다. 문득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여행하나 궁금해진다.

어제 적어놓은 심신안정용 낙서에, 여행 중 먹고 싶은거 못 먹고 사고 싶은거 못 사서 억울하고 스트레스라고 적어놨다. '나에게 여행은 그저 소비일 뿐이냐'는 질문을 던진 채 대충.. 쓰기를 그만뒀는데. 그러게 나에게 여행은 무엇일까?. 일단 나는 한국에서의 일상을 그렇게 치열하게 살지 않아서 그런가 여행이 엄청 새로운 환경이라던가 완전한 휴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느릿느릿 밍기적대는거 똑같고, 여행 후 돌아간 일상에 여행으로부터 얻은 감각이 활력이라거나 뭔가 진일보한 무엇이라거나 그런 것도 없고. 흠. 뭐가 문제일까. 게다가 뭘 살 수 있는 여행이 아니다보니 구경하고 그런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 그래서 저번에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디자이너 였다면 (황재근 디자이너가 말했던 것처럼)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럼 디자이너가 되면 되잖아?’라기엔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기술이 부족했고, 기술연마를 하기엔 당장 내가 여행지에 있으며 일단 계속 쌓아두고 축적 중이다. 

나만의 오브제, 콜렉트들을 전시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갈망한지 오래 됐는데,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 결국 돈 문제인가.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역시 로또가 답인가. 여하튼간 나는 지금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밑독 뚫린 쓰레기통에, 온갖 원석과 보석을 마구 집어 쳐 넣는 느낌이다. 그래서 좀 정리라도 하려고 하고, 하는 중인데, 느려느려느려!!!! 

이 조금의 것들로 월 얼마의 일정한 수입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 쓰다보니 또 갑갑하네. 아마 모든 것들을 스스로 혼자하려고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또 10년전과 달리 지금은 먹고 사는 문제도 동시에 해결해야 하니까 시간이 더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이래서 학생 때가 좋은거라고 하는구나.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난 뭘하고 싶을까. 책 읽고 일기쓰고 외국어 공부하고 하고 싶은거 연습하고 싶다. (-> 잘 정리하면서, 그게 일긴가? 일기&일지. 둘은 좀 다른 거 같다) 지금은 10년치 기억 정리에 일상영위를 위한 경제활동까지 동반중이라고 생각하니까 금방 지쳐버리는게 아닐까. 아! 그리고 사교활동도 많은 편이었고

무엇무엇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조금씩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 목표라는 건 잊고 그냥. 뭐 출판하려고 글쓰지 말고. 그래서 매일 꼼꼼하게 많이 써야 한다고 부담 느끼지 말고,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고 각잡고 공부하고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오늘은 이거해보고 다음주에는 저거 해보고, 지난번에 했던 뭔가 재밌었으니까 그걸 한번 더 해볼까? 하고. 여행을 가면 뭘 많이 느껴야 한다거나 뭘 많이 봐야 한다거나 생각하지 말고, 그냥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이라는 하루 재밌게 보내기. 여행.. 별거 없고 나에게 시간을 주는 행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방금 들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3차원 안에 놓인 인간에게, 공간을 선택하게 하고 충분한 시간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것. 음..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얻은건 -가장 중요한 건- 4페이지에 달하는 솔직한 이 의식의 흐름이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분명 언젠가 또 조금한 마음이 불쑥 불쑥 튀어오르겠지 뭐. 아이고 벌써 그러네.. 흠.. 그냥 조금 더 어렸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든다. 뭔가를 쌓아간다는게 연습이라는 시간이 정말 어렵게 느껴진다. 이건 아마도 미디어를 통해 주입되는 어린 아이돌들의 성공 때문이지 않을까? 그들과 나의 삶은 다를지언데, 겉으로 보이는 금전적 여유로움이 부럽고 ‘팬’이라는 무조건적 사랑을 보내주는 대중이 부러운 것 같다. 어디서 읽었는데 1000명의 팬만 있으면 된다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기억이 잘 안난다. 

나는 왜 예술가가 되고싶은걸까. 예술가라는건 뭘 의미하는 걸까. 나는 성장하고 있는걸가? 내가 되어가고 있는걸까? 


Posted by ㅇㅈ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