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땅버들 씨앗처럼 살지 못하겠다.

고은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가 닿은 곳에서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 이렇게 시작해 보거라.' 

그렇게 닿는 대로, 있는 자리에서 오늘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 했다.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가 가장 편한 상태로.

그런데 나는 아직 안되겠다. 아직도 버리지 못한 욕심이 많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멀리 가고 싶고,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고 싶다. 어차피 인생 찰나일텐데.

언젠가 더이상 그럴 기운이 남아있지 않을 때, 그때 땅버들 씨앗이 되리라.



엊그제 이런 일이 있었다. 

신호가 들어온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퍽하는 둔탁한 소리가 뒤에서 났고, 내 쪽으로 향하는 에너지 때문에 겁에 질려 뒤에는 쳐다도 못보고 일단은 안전해보이는 반대편으로 냅다 달려 살았다. 차 사고가 났다. 에어백이 터지는 걸 보았고, 자동차의 파편들이 도로에 흩뿌려져 있다. 단 세걸음만 늦었어도 나는 목격자가 아니고, 사고 당사자였을거라고 생각하니까 소름이 돋았다. 함께 걷던 동행과 나는 말을 잃었고, 찰나에 정말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불평이 많았다. 하고 싶은게 많은데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까 토론토가 참 싫었다. 여기에 오면 이런 저런 것들을 할 수 있을것 같았는데 귀찮아서 안하고, 자신이 없어서 안하고 이런 상황을 만들어온건 나였으면서, 내 탓인줄은 모르고 저 사람의 저런게 싫고, 이런 상황들이 싫고, 탓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여전히 욕심을 버리지 못해 다음 계획만 잔뜩 세우고 '앞으로는 더 즐거울거야' 기대하고 있었다. 


멍청한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죽을 수도 있었고, 내일 죽을 수도 있다. 정말로 욕심같은거에 매이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한 계획같은거 세우지 말고 오늘에 충실해 살자. 땅버들 씨앗처럼 살자


-2018.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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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ㅇㅈ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