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이야기/A2018.4
2018년 5월 14일 새벽2시의 의식의 희름
ㅇㅈ8
2018. 5. 15. 14:38
새롭고 낯설었던 처음의 경험들이 반복되고, 이 곳에서의 시간에도 일상이라는게 생기니까 넉넉한 양의 일기를 쓰는게 어려웠다. 일기쓰면서 부담갖지말자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매일 생각하지만, 마치 글쓰기 훈련 또는 연습을 하는 것처럼 일정 이상의 내용이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건 내 버릇 혹은 욕심일 것이다. 한 동안은 그게 엄청 스트레스였다. 무슨 일기를 세-네시간씩 쓰고 있는지, 일기가 그저 과거를 기록하는 장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 현재를 팔아 과거에 집착하는 느낌이 들어서 종종 '이게 뭐하는건가' 현타가 왔다. 미래에 저당잡힌 현재는 그렇게도 싫어했으면서 아이러니하다며. 지금은 그냥 이렇게 주절주절 떠들고 있는 것 자체가 좋기도 하고, '누구에게나 그런 집착 혹은 강박이 하나씩 있는거 아닌가, 이런 강박이라면 누구 괴롭히는 것도 아니니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타다다닥하는 자판 소리를 즐기고 있기도 하다. 여하튼 매일 24시ㄴ으로 주어진 시간은 일정한데,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그 곳에 올리는 사진편집하느라 동영상 편집하느라 일기는 뒷전이었다. 더구나 인스타그램에 블로그 주소를 링크걸어놓았고 종종 그 곳을 통해 이 블로그에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된 후로 그러려고 걸어놓은 계정이지만 왠지 또 막상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들이 정말 내 일기를 읽는지 안읽는지는 확인 할 수 없지만, 그냥 누군가 방문한다는 사실 자체로도 움츠러드는 나는 개쫄보가 확실하다. 4월 10일부터 다시 일기를 잘 쓰고 있었는데 한 달도 못채우고 빠진 이빨이 벌써 10개 되니 주절주절 변명이 많다. 간간히 적어놓은 메모와 찍어놓은 사진으로 잘 메꿔봐야지.
오늘 컴퓨터를 켠 이유는 모레 가는 몬트리올 숙소를 아직도 구하지 못해서이다. 한 달 전 미국여행을 앞두고 빠듯하게 준비하느라 '이런거 다 그만하고 한국가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엄청 스트레스 받고, 제발 미리미리 준비하자고 생각했는데 어리석은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나 내가 딱 그러고 있다. 그리고 참 이상하게도 할 일 하고 있다보면 또 다른 해야할 일들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가기 전에 카메라 메모리도 비워야 하고, 그러려면 노트북 속 파일들 부터 외장하드로 옮겨야 하고. 지금도 시동디스크가 가득 찼다며 알람이 뜬다.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까 내일해야지. 이렇게 하루하루 미뤄온 수 많은 것들.
나는 이 곳에서 하루 5시간 주 5일 일하기도 되어있다. 그런데 그 5시간에는 식사시간이 포함되어있지 않으니 매번 끼니 챙겨먹는 시간이 꽤 걸린다. 먹는데만도 30분이 넘는데 식사 준비하고 설거지까지 하면 점심 저녁시간은 평균 2시간은 걸리는거 같다. 한국에서 지낼 때 나는 보통 밖에서 사 먹거나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었다. 자취할때나 잠깐 취미 생활처럼 요리했는데 그때도 요리하는 시간이 오래걸린다고 짜증냈던 기억이 난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일하고 밥먹고 웹툰 좀 보면 하루가 끝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하루에 많은 것을 할 수 없다.
앗 졸리다. 이만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