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이야기/A2018.4

2018년 4월 14일 완벽한 토요일

ㅇㅈ8 2018. 4. 16. 10:20


1.

오늘은 쉬는 날 하기로 했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어제 뒷산갔다가 눈 속에서 길을 잃어 고생을 좀 해서 호스트가 배려해줬다. 게다가 날씨도 일 할 날씨가 아니라기에 우리는 옳다꾸나 오케이 했고, 그 덕에 나는 늦게 일어났다(고 하지만 한시간 더 잤을 뿐이다.) 아주 넉넉하게 아침을 먹고 뭘 좀 할까 끄적이다가 고요한 분위기에 잠이 슬슬와 또 잤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조용하다. '나 빼고 메이플시럽농장갔나?' 의심했다. 사실은 모두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여전히 자존감이 낮다는 생각을 했다. 너희들은 같은 나라에서 와서 영어로도 재잘재잘 잘 얘기하고... 찌질하다 찌질해. 지금 다시보니 정말 어리석은데 그땐 그런 생각이 들었다. 


2.

밀린 무한도전을 봤다. 마지막회와 그간 무한도전이 걸어온 길을 쭉 훑어보는데, 나도 참 오랫동안 무한도전을 좋아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와서 생각이 바뀌고 취향이 변하면서 예전만큼 즐겁게 보지는 못했지만 한때 무한도전은 일주일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었고, 힘들고 지친 일상 속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회적으로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 예능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오빠 말대로 외국 유명인들 한국오면 이제 어느 방송 나오려나, 가요제는 진짜 그리울 것 같다, 정말 무한도전을 했구나... 하는 생각들이 머릿 속에서 맴돌았다. 다시 이 멤버들로 방송 될 수 있을까. 내가 속해있던 한 세대가 이렇게 저물어 가는것 같아 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무한도전의 기록을 보면서 이래서 기록이 필요한걸까? 싶었다. 


3.

사슴? 노루가 뒷마당에 놀러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캐나다는 이런 곳이구나. 동물원이 아닌데 사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다니. 사슴이 진짜 예뻤다. 사슴을 닮았다는 건 정말 정말 예쁘다는 뜻이구나. 뛰는 것도 사뿐사뿐 뛴다. 


4.

왜 자꾸 글쓰기를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쓰고 있고, 쓸건데, 재미있고, 좋은데, 왠지 모를 갈증이 느껴진다. 이 주제로 오빠랑 얘기하다가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이것은 마치 엄청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분명 맛있게 먹고 있지만, 이게 왜 맛있는지 재료는 뭘썼는지, 우리는 왜 김치찌개를 맛있다고 느끼게 됐는지가 궁금한 것과 같다고 했는데, 오빠는 계속 쓰고 싶으면 쓰라는 말만 반복한다. 말이 안통햌ㅋㅋㅋㅋ 쓸거라고!!

나는 아마 그 속에 담긴 내 진짜 욕망을 알고 싶은건가보다. 글쓰기를 통해서 더 성장하고 싶은지, 그렇다면 왜 성장해야 하는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건지, 좋은 사람이 되면 어떻게 되는건지. 혹은 글쓰기를 통해서 돈을 벌고 싶은건지, 작가가 되고 싶은건지, 책출판하고 싶은건지. 이 기록이 훗날 다음 세대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건지, 왜 하필 내 기록이 남겨져야 하는지, 나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건지. 그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나의 진짜 욕망이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답답한 것 같다.